아트센터 나비의 지난 20년은 디지털 기술이 야기한 새로운 인간-기계 시대(Man-Machine Age)로의 탐험이었습니다. 예술가, 과학자, 공학자, 인문학자들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술이 사회적 관계와 조직, 나아가 인간의 심리와 정신, 마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인간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기술에 기반하여 형성하기 때문에 니모닉 기술(Mnemonic Technology), 즉 디지털 미디어와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 같은 최신의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인간-기계’ 사이의 균형이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으며, 인간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기계 지식(machine knowledge)의 방향으로 기울어짐을 보았습니다. 새로운 기회와 함께 새로운 두려움도 많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인간-기계의 공생관계를 창의적인 관점과 함께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미 우리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버린 기계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기계에 의해 점점 더 조직되는 와중에, 우리는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할까요? 아니면 '인간이 되는 것', 혹은 '인간의 존엄성'은 지난 시대의 유물일까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나는 누구이고, 우리는 누구일까요? 이러한 질문을 더 다양하게 할수록, 우리의 문화유산들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